모두의 AI 사업 3파전 완벽 정리, SKT·KT·이스트소프트 승부수 4가지

안녕하세요! 성징어의 IT 잉크사이트(IT Ink-Sight) 성징어입니다.

8월 18일, 전자신문이 흥미로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SK텔레콤, KT, 이스트소프트가 각각 컨소시엄 주관사로 나서 모두의 AI 사업 공모에 뛰어들었다는 내용입니다. 최소 3개 이상의 컨소시엄이 경쟁하고, 카카오와 LG유플러스, LG AI연구원까지 참여사로 이름을 올렸는데요. 정작 독파모 톱5에 올랐던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번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국내 AI 업계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한 이 사업,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뜨거울까요.

같은 날 전자신문은 앤트로픽이 IPO를 앞두고 연매출 92조 원을 넘볼 것이라는 소식도 함께 전했습니다. 해외 빅테크가 천문학적인 몸값으로 몸집을 불리는 사이, 한국은 정부가 직접 나서 국산 AI 서비스를 국민에게 무료로 보급하겠다는 정반대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셈입니다. 이 대비가 흥미로워서, 오늘은 모두의 AI 사업이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컨소시엄 구도부터 평가 기준, 남은 변수까지 하나씩 짚어보려 합니다.

모두의 AI 사업이 뭐길래 이렇게 뜨거운가

모두의 AI 사업은 국민 누구나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범용 AI 챗봇과 공공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공모 사업입니다. 지난 7월 21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서 공진호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정책기획과장은 “모든 국민이 한글·산수처럼 AI를 익히고 계산기처럼 쉽고 부담없이 AI를 활용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AI로 발생하는 부(富)가 특정 기업에만 쏠리지 않고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는 이른바 ‘AI 기본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청와대 김용범 정책실장은 모두의 AI를 통해 ‘인공지능 주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시장이 자생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정부는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마중물 역할만 하고 이후에는 민간이 주도하게 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런 화법은 사실 정부 주도 산업육성 사업에서 자주 등장하지만, AI처럼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분야에서 정부가 스스로 퇴장 시점을 언급했다는 점은 다소 이례적입니다.

실제로 올해는 엔비디아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B200’ 512장이 지원되며, 사업자는 이 인프라로 베타 서비스를 거쳐 연말부터 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과기정통부는 기존 모델로 범용 AI 챗봇 서비스와 공공 AI 에이전트를 개발해 베타 서비스와 연말 본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충분한 규모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초기 물량이고, 과기정통부는 내년도 지원 예산을 재정당국과 추가로 협의해 궁극적으로는 국민 누구나 ‘1인 1에이전트’를 가질 수 있는 수준까지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독파모와는 어떻게 다른가

모두의 AI 사업 기사를 보다 보면 ‘독파모’라는 단어가 유독 자주 등장합니다. 독파모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줄임말로, 국내 기업이 순수 자체 기술로 대형언어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지원하는 별도 사업입니다. 8월 18일 같은 날, 업스테이지·SK텔레콤·LG AI연구원이 독파모 2차 단계평가를 통과했다는 속보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두 사업은 목적이 다릅니다. 독파모가 “국산 AI 모델 자체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를 겨루는 기술 경쟁이라면, 모두의 AI는 “그렇게 만든 모델이든 기존 모델이든, 국민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서비스로 얼마나 잘 구현하느냐”를 겨루는 서비스 경쟁입니다. 그래서 독파모에서 좋은 성적을 낸 기업이 모두의 AI에서도 유리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뒤에서 다시 살펴보겠지만 모두의 AI의 평가 배점은 모델 경쟁력보다 서비스 경쟁력에 압도적으로 무게가 쏠려 있기 때문입니다. 독파모 톱5에 올랐던 네이버가 정작 모두의 AI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도 이 두 사업의 성격 차이를 보여주는 단서일 수 있습니다.

SK텔레콤 컨소시엄, K-AI 얼라이언스로 승부수

세 컨소시엄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SK텔레콤입니다. SK텔레콤은 AI 풀스택 기업 엘리스그룹과 AI 검색·에이전트 기업 라이너 등 SK그룹 ‘K-AI 얼라이언스’ 소속 기업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꾸렸습니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2차 단계평가를 통과한 자체 모델 ‘A.X K2’와, 이미 서비스 중인 ‘에이닷’의 운영 경험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라이너는 국내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대화형 AI 서비스를 이미 상용화한 기업으로 꼽힙니다. 지난 8월 초 기사에 따르면 라이너는 진작부터 모두의 AI 사업 참여 방침을 확정하고, 주관사로 나설지 참여사로 들어갈지를 검토해왔습니다. 결국 SK텔레콤 컨소시엄에 참여사로 합류하며 SK텔레콤의 서비스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린 모양새입니다. 독파모 통과 모델과 실전 서비스 경험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에서, SK텔레콤 컨소시엄은 세 곳 중 가장 안정적인 조합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곧 유리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SK텔레콤은 대기업이므로 앞서 언급한 자부담금 두 배 규정을 그대로 적용받습니다. 이미 ‘에이닷’을 통해 상당한 투자를 이어온 만큼, 모두의 AI에서 추가로 자부담금까지 떠안는 구조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SK텔레콤이 이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명확합니다. 정부가 지원하는 GPU 인프라와 ‘국민 대다수가 쓰는 서비스’라는 상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KT 컨소시엄, 독파모 탈락파의 절치부심

두 번째 컨소시엄은 KT입니다. KT는 업스테이지, 모티프테크놀로지스, NC AI 등 독파모 프로젝트 1·2차 단계평가에 참여했던 기업들과 손을 잡았습니다. 여기에 AI 검색 서비스 ‘구버’를 운영하며 자체 모델을 보유한 솔트룩스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KT는 자사 AI 모델 ‘믿:음’에 이들 기업의 ‘솔라’·’모티프’·’구버’ 등을 더해 모델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사실 KT는 이번 사업에 유독 절박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8월 초 보도를 보면, KT는 독파모 발표평가에서 본선 진출이 불발되며 고배를 마셨습니다. 카카오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독파모라는 첫 번째 관문에서 좌절을 겪은 뒤, 모두의 AI 사업 성패에 사활을 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T 입장에서는 독파모에서 놓친 기회를 모두의 AI에서 반드시 되찾아야 하는 셈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KT가 단일 모델이 아니라 여러 독파모 낙선·참여 기업의 모델을 한꺼번에 끌어안았다는 점입니다. 자체 모델 하나로 승부하기보다, 여러 국산 모델을 조합해 영역별로 가장 뛰어난 모델을 골라 쓰는 ‘멀티모델’ 전략에 가깝습니다. 이는 국산 모델 80% 원칙을 채우면서도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려는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입니다. 다만 여러 기업이 모인 만큼 의사결정 속도나 서비스 일관성 측면에서는 SK텔레콤 컨소시엄보다 조율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스트소프트 컨소시엄, 가장 먼저 윤곽을 잡은 다크호스

세 컨소시엄 중 가장 먼저 구성 윤곽이 잡힌 곳은 의외로 이스트소프트였습니다. 이스트소프트는 메가존, 와이즈넛, 폴라리스오피스, 슈어소프트테크와 함께 컨소시엄을 꾸렸습니다. 서비스 다양성을 고려해 플랫폼 스타트업까지 끌어들인 점이 눈에 띕니다.

이스트소프트가 내세우는 무기는 ‘알약’과 AI 휴먼·더빙 등 실제로 운영해본 AI 서비스 경험입니다. 여기에 메가존 같은 시스템·인프라 기업, 그리고 보안을 담보할 기업까지 합류시켜 안정적인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입니다. 8월 초 기사에서 업계 관계자는 “모두의 AI 서비스 구현을 위해 사업을 준비하는 모두가 서로에게 함께하자고 손을 내미는 상황”이라고 전했는데, 이스트소프트는 그 치열한 물밑 경쟁에서 가장 먼저 컨소시엄 뼈대를 완성한 회사였습니다.

이스트소프트의 강점은 통신 3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조직으로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7월 사업설명회 직후부터 컨소시엄 구성에 착수해, 8월 초 시점에는 이미 참여기업 명단을 거의 확정한 상태였습니다. 반면 SK텔레콤과 KT는 8월 중순까지도 참여기업을 조율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만 규모나 자금력 면에서는 통신 대기업 컨소시엄에 못 미치는 만큼, 서비스 편의성과 이용자 확보라는 발표평가 배점에서 실제로 얼마나 매력적인 결과물을 보여주느냐가 이스트소프트 컨소시엄의 승부처가 될 전망입니다.

SK텔레콤 KT 이스트소프트 세 컨소시엄이 나란히 경쟁하는 모습을 표현한 삽화

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는 왜 빠졌나

이번 모두의 AI 사업 경쟁 구도에서 가장 의외의 대목은 역시 네이버의 불참입니다.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는 독파모 톱5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국산 AI 모델 경쟁력을 인정받은 기업입니다. 그런 네이버가 정작 전 국민 대상 서비스인 모두의 AI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겁니다.

전자신문 보도에는 구체적인 불참 사유가 명시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정황상 몇 가지 추정은 가능합니다. 우선 모두의 AI는 대기업이 한 곳이라도 참여하면 자부담금이 중소·스타트업 대비 두 배로 뛰고 가점까지 걸리는 구조입니다. 이미 자체적으로 ‘클로바X’ 등 생성형 AI 서비스를 운영 중인 네이버 입장에서는, 정부 주도 컨소시엄에 들어가 이런 부담을 떠안기보다 독자 노선을 유지하는 편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독파모라는 국산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에서는 이미 실력을 증명했으니, 서비스 단계에서는 굳이 정부 사업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이미 검색·쇼핑·클라우드 등 자체 채널로 수천만 명 이용자를 확보한 네이버 입장에서는, 정부가 제시하는 GPU 지원 규모나 사업 기간이 오히려 제약으로 느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카카오·LG유플러스·LG AI연구원은 어떤 역할을 맡았나

전자신문 보도에는 카카오, LG유플러스, LG AI연구원 등이 컨소시엄 주관기업 또는 참여기업으로 모두의 AI 사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다만 이들이 정확히 어느 컨소시엄에, 주관사와 참여사 중 어느 위치로 합류했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세 컨소시엄의 뼈대가 SK텔레콤·KT·이스트소프트로 정리된 것과 별개로, 이들 기업이 참여기업으로 힘을 더하며 실제 경쟁 구도는 겉보기보다 훨씬 복잡하게 짜여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카카오는 독파모 발표평가에서 KT와 함께 본선 진출이 불발된 곳입니다. 그런 만큼 카카오 역시 모두의 AI에서 만회할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느 컨소시엄에 참여사로 들어갔는지에 따라 카카오톡이라는 압도적인 이용자 기반을 실제 서비스에 어떻게 연동할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LG유플러스와 LG AI연구원 역시 독자 모델 ‘엑사원’ 계열의 기술력을 갖춘 만큼, 어느 컨소시엄에 합류했느냐에 따라 해당 진영의 모델 다양성이 한층 풍부해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종 컨소시엄 명단이 공개되면 이들의 정확한 소속과 역할도 함께 드러날 전망입니다.

이렇게 참여사 구도까지 뜯어보면, 모두의 AI 사업은 단순히 세 회사가 겨루는 삼파전이 아니라 사실상 국내 AI·통신·플랫폼 업계 대부분이 세 진영 중 한 곳에 줄을 선 총력전에 가깝습니다. 독파모에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기업과, 독파모에서 아쉬움을 남긴 기업이 한데 뒤섞여 각자의 방식으로 재도전에 나선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타임라인으로 보는 모두의 AI 사업

지금까지 흐름을 날짜순으로 정리해보면 이 사업이 얼마나 빠르게 굴러왔는지 체감할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21일, 과기정통부와 NIPA는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사업설명회를 열고 국산 모델 80% 원칙과 대략 10개 내외 컨소시엄이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을 함께 발표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네이버클라우드, NHN클라우드, 카카오, 업스테이지, 이스트소프트, 코난테크놀로지, 라이너, 모티프테크놀로지스, 솔트룩스, 폴라리스오피스 관계자 등 100여 명이 몰려 높은 관심을 확인시켰습니다.

이후 8월 초까지 각 기업은 물밑에서 컨소시엄 참여기업 영입 경쟁을 벌였습니다. 8월 9일 보도 시점에는 이스트소프트만 컨소시엄 구성 윤곽이 잡혔고, SK텔레콤과 KT는 여전히 참여기업을 조율하는 단계였습니다. 원래 공모 마감은 8월 11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한 주 연장돼 8월 18일로 미뤄졌고, 바로 이 마감일에 맞춰 전자신문이 세 컨소시엄의 최종 구도를 확인해 보도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이제 서면평가와 발표평가를 거쳐 이달 안에 2~3곳의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입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사업설명회, 영입 경쟁, 공모 마감, 평가라는 네 단계가 숨 가쁘게 이어진 셈입니다.

국산 모델 80% 원칙과 대기업 페널티

모두의 AI 사업의 공모 조건을 뜯어보면 눈에 띄는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국산 AI 모델 활용 비중입니다. 지난 7월 사업설명회에서 과기정통부는 국산 AI 모델을 80% 이상 사용하는 것을 최소 조건으로 제시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독파모 수준 성능을 담보할 수 있는 국산 모델을 50% 이상, 여기에 다른 기업의 AI 모델을 30% 이상 추가로 포함해야 합니다. 사실상 국산 모델 100% 활용을 유도하는 기준입니다.

외국계 AI 모델은 국산 모델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에 한해서만 ‘필요 최소한’으로 쓸 수 있도록 제한했습니다. 이 원칙 덕분에 컨소시엄 대부분이 독파모 참여 기업이나 국내 AI 모델 개발사를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앞서 살펴본 세 컨소시엄이 하나같이 업스테이지, 솔트룩스, 모티프테크놀로지스, A.X K2 같은 국산 모델 기업들과 손을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조건은 대기업 페널티입니다. 컨소시엄 구성은 자유롭게 하되, 주관사든 참여사든 대기업이 한 곳이라도 들어가면 대기업 기준 자부담금(중소·스타트업 대비 두 배)과 가점이 적용됩니다. 스타트업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인데, 이 때문에 SK텔레콤이나 KT처럼 통신 대기업이 주관하는 컨소시엄은 처음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자금 부담을 지고 시작하는 셈입니다. 반대로 이스트소프트처럼 중견 IT 기업이 주관사로 나서면 이 페널티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계산도 가능합니다. 결국 컨소시엄마다 자금 구조 자체가 다른 셈인데, 이 차이가 실제 서비스 투자 여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평가 배점의 함정, “모델보다 서비스”가 당락 가른다

모두의 AI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사실 평가 배점입니다. 서면평가에서는 AI 모델 활용 적정성, AI 서비스 고도화 수준, 서비스 개발 계획의 구체성과 적정성 등 서비스 관련 항목이 100점 만점에 70점을 차지합니다. 발표평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비스 편의성과 이용자 확보·유지가 50점, 서비스 품질과 안전성이 30점으로 배점이 압도적입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AI 모델을 확보해도, 그 모델을 실제로 국민이 편하게 쓸 수 있는 서비스로 구현하지 못하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결국 서비스 기획·운영 능력과 독창성이 사업 당락을 가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도 이 배점 구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세 컨소시엄 모두 AI 모델 개발사뿐 아니라 메가존이나 폴라리스오피스처럼 실제 서비스 운영 경험이 풍부한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배경에는 이런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서면평가와 발표평가를 거쳐 이달 중 모두의 AI 사업을 수행할 컨소시엄 2~3곳을 최종 선정할 예정입니다. 애초 지난 8월 11일이었던 공모 마감일이 한 주 연장돼 8월 18일로 미뤄지면서, 막판까지 컨소시엄 구성이 요동쳤습니다. 특정 스타트업이 여러 주관사로부터 동시에 참여 제안을 받고 중도에 소속을 바꾸거나, 주관사로 나서려다 참여사로 선회하는 등 마지막까지 치열한 눈치 싸움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최종 컨소시엄 명단이 사업설명회 직후 예상과는 사뭇 다르게 재편됐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모두의 AI 사업 평가에서 서비스 경쟁력 배점이 기술력보다 훨씬 큰 것을 보여주는 저울 삽화

남은 변수는 예산과 운영비

모두의 AI 사업이 흥행에 성공할지를 가를 마지막 변수는 예산입니다. 다수 기업은 이 사업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인 만큼 막대한 운영비가 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엔비디아 B200 GPU 512장 지원으로 베타 서비스와 초기 본 서비스는 감당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내년 이후에도 이 정도 인프라로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내년도 정부 지원 규모와 방식이 사업 흥행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이 주요 기업 의견을 청취하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간담회를 준비했으나, 미국 순방 일정과 겹치며 한 차례 연기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정부가 이 간담회에서 어떤 신호를 주느냐에 따라, 선정된 컨소시엄들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할지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내년 예산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애써 선정된 컨소시엄조차 서비스 확장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변수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실제로 우리 일상은 뭐가 달라지나

지금까지 컨소시엄 구도와 평가 기준을 살펴봤는데, 정작 중요한 질문은 “그래서 나한테 뭐가 달라지느냐”일 겁니다. 과기정통부가 밝힌 목표대로라면, 연말부터는 별도 요금을 내지 않고도 국산 AI 모델 기반의 챗봇과 에이전트를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은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해외 서비스를 무료로 쓰더라도 사용량 제한에 부딪히거나, 한국어 맥락과 공공서비스 연계가 아쉬운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모두의 AI는 이런 틈새를 국산 모델과 정부 지원 인프라로 메우겠다는 발상입니다.

특히 ‘공공 AI 에이전트’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 챗봇을 넘어, 민원 처리나 행정 정보 안내처럼 국민이 실제로 관공서 업무에서 겪는 불편을 AI가 대신 처리해주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아직은 베타 서비스 단계이니만큼 구체적인 기능은 최종 사업자가 선정된 뒤에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세 컨소시엄이 하나같이 서비스 편의성과 이용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적어도 초기 서비스 완성도만큼은 기대해볼 만합니다.

물론 우려도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다수 기업이 전 국민 대상 서비스의 막대한 운영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내년 예산이 기대에 못 미쳐 서비스 품질이나 이용 한도가 초반부터 위축된다면, ‘모두를 위한 AI’라는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습니다. 정부가 마중물 역할만 하고 이후 시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만큼, 초기 흥행에 실패하면 이후 민간 자생력만으로 서비스를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공공 IT 컨설턴트가 이 사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제가 이 사업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조금 다른 데 있습니다. 모두의 AI는 단순히 흥미로운 AI 서비스 경쟁이 아니라, 정부가 대형 AI 사업을 발주하고 평가할 때 어떤 기준을 세우는지 보여주는 실물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국산 모델 비중을 수치로 못박고,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형평성을 자부담금 차등으로 조정하고, 서면·발표평가 배점을 통해 “기술력보다 실행력”이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던진 방식은 앞으로 다른 공공 AI 발주사업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ISMP나 ISP 사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이번처럼 배점 구조 자체가 사업 전략을 결정짓는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발주기관이 어떤 항목에 몇 점을 배분하느냐에 따라 컨소시엄 구성 전략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모두의 AI 사업의 세 컨소시엄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산 모델 조달 조건, 대기업 자부담 차등, 서비스 중심 배점이라는 세 가지 장치는 앞으로 공공 AI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한 번쯤 벤치마킹해볼 만한 조합입니다. 배점표 한 줄이 컨소시엄 구성 전체를, 그것도 국내 주요 IT 기업 대부분을 뒤흔든다는 사실을, 이번 사업만큼 명확하게 보여준 사례도 드뭅니다.

해외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을까

정부가 나서서 전 국민 대상 무료 AI 서비스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는 사실 흔한 사례는 아닙니다. 해외에서는 대체로 민간 빅테크가 무료 요금제를 앞세워 이용자를 확보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구글이 제미나이를, 오픈AI가 챗GPT 무료 버전을 확산시키는 식입니다. 반면 한국은 정부가 예산과 GPU 인프라를 직접 지원하면서 ‘국산 모델 80% 원칙’까지 못박아, 산업 육성과 국민 편익을 동시에 노리는 독특한 접근을 택했습니다.

이런 방식이 성공하려면 결국 두 가지가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하나는 국산 모델의 실제 성능이 해외 빅테크 모델에 뒤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 예산이 서비스가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앞서 살펴본 국민성장펀드나 국가AI컴퓨팅센터 같은 정책금융·인프라 확충 흐름과 맞물려, 모두의 AI가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서비스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몇 년간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마무리하며

모두의 AI 사업은 이제 막 서면·발표평가라는 본선 무대로 접어들었습니다. SK텔레콤은 안정성을, KT는 절박함을, 이스트소프트는 발 빠른 준비성을 각각 무기로 들고 나왔는데요. 이달 안에 2~3곳의 최종 사업자가 가려지면, 연말부터는 우리가 실제로 이 서비스를 체험해볼 수 있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최종 선정 결과 못지않게, 선정된 컨소시엄이 내년 예산 협의 과정에서 얼마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받아내는지도 계속 지켜볼 생각입니다. 정부가 마중물만 붓고 물러나겠다고 밝힌 만큼, 시장이 자생력을 갖추기까지의 그 과도기가 이 사업의 진짜 시험대가 될 것 같습니다. 과연 어느 컨소시엄이 “모델보다 서비스”라는 평가 기준의 벽을 넘을지, 여러분은 어느 곳이 유력하다고 보시나요? 댓글로 의견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참고한 글


함께 보면 좋은 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