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 공공SW 과업변경 대가보장 3가지 필수 포인트

안녕하세요! 성징어의 IT 잉크사이트(IT Ink-Sight) 성징어입니다.

지난 7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조용히 통과된 법안 하나가 공공 소프트웨어(SW) 업계를 술렁이게 했습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소프트웨어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인데요, 핵심은 딱 하나입니다. 발주기관이 계약 후에 기능을 추가하거나 사양을 바꾸라고 요구해도, 개발사가 그 대가를 못 받던 관행에 법적 제동을 걸겠다는 겁니다. 저는 이 소식을 접하고 “드디어”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공공SW 과업변경 대가보장 문제는 업계에서 수십 년째 나온 이야기였거든요.

국회를 통과한 법안, 무엇이 그렇게 특별한가

솔직히 이 법안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같은 날 더 주목받은 뉴스는 따로 있었죠. 하지만 공공SW 업계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이 법안이 체감 강도가 더 큰 사건이었습니다.

현행 소프트웨어 진흥법도 과업 변경이 생기면 소프트웨어 과업심의위원회를 열어 계약금액과 사업 기간 조정을 심의하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심의위원회를 실제로 여는지 여부가 전적으로 발주기관 판단에 달려 있었다는 점입니다. 개발사가 심의위원회 개최를 요청해도 발주기관이 받아들이지 않거나, 어렵게 열린 심의 결과가 실제 계약 조정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반복됐습니다. 기능 추가·수정이나 보안 요구사항 반영으로 일감은 늘었는데, 그 몫의 공공SW 과업변경 대가보장은 발주기관의 재량 뒤에 숨어버리곤 했던 셈입니다.

이번 개정안은 이 틈을 두 가지 장치로 메웁니다. 첫째,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과업심의위원회 개최를 의무화했습니다. 개최 실익이 없는 경우에는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유연성도 남겨뒀지만, 원칙은 ‘연다’로 바뀐 겁니다. 둘째, 국가기관 등의 장에게 심의 결과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후속 재원을 확보하도록 의무를 부여했습니다. 심의는 했는데 예산이 없어서 계약에 반영이 안 되는 상황, 그러니까 지금까지 가장 흔했던 회피 경로를 법으로 막아버린 겁니다.

이해민 의원은 법안 통과 후 “이 법은 일을 더 하고도 제값을 받지 못했던 오랜 관행을 바로잡자는 아주 단순한 상식에서 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SW는 첨단산업의 기반인 만큼 개발 현장에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야 우리 산업도 더 멀리 갈 수 있다”며, “법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끝까지 점검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치인의 원론적 발언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마지막 문장에 더 눈길이 갔습니다. 법을 만드는 것과 현장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니까요.

왜 유독 SW 사업에서 대가 산정이 어려운가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건설공사에서는 설계변경이 생기면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게 비교적 익숙한 절차입니다. 도면이 바뀌면 물량과 단가를 새로 산출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SW 사업은 구조가 다릅니다. 요구사항이 처음부터 100% 확정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사업이 진행되면서 발주기관 담당자가 바뀌거나 상위 정책이 바뀌면서 과업 범위 자체가 유동적으로 움직입니다. 문제는 이 ‘유동성’을 발주기관이 계약금액 조정의 근거로 인정할지, 아니면 원래 계약 범위 안의 일이라고 우길지가 명확한 기준 없이 각 기관 재량에 맡겨져 있었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 애매함이 지금까지 공공SW 과업변경 대가보장을 가로막아온 핵심 구조입니다. 조문에 명시적 근거가 없으니 발주기관은 “이 정도는 기존 과업 범위 안”이라고 주장하고, 개발사는 “이건 명백히 추가 업무”라고 맞서는 다툼이 사업마다 반복됐습니다. 한국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2024년 개정판으로 내놓은 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도 대가 산정 기준을 정교화하려는 시도였지만, 가이드는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일 뿐 법적 구속력을 갖는 조문은 아니었습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SW라는 결과물 자체의 특성도 한몫합니다. 건물은 도면과 완공 상태를 눈으로 비교하면 설계변경 여부가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나지만, SW는 화면 뒤에 숨어 있는 로직과 데이터 구조까지 들여다봐야 변경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발주기관 담당자가 SW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 “화면만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왜 추가 비용이 드느냐”는 오해가 생기기 쉬운 이유입니다. 이런 정보 비대칭이 쌓이고 쌓여 결국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까지 가는 사건으로 번지는 구조였던 셈입니다.

SW 대가 현실화 흐름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사실 공공SW 과업변경 대가보장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이번에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닙니다. 2024년 5월에는 공공 SW 개발비 단가가 9.52% 인상된 바 있습니다. 개발자 인건비 산정 기준 자체를 현실화하려는 움직임이었죠. 비슷한 시기에 한국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 개정판을 내놓으며 사업 유형별 대가 산정 방식을 좀 더 세분화했습니다. 다만 이런 조치들은 모두 ‘처음 계약할 때의 대가’를 현실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계약 이후 과업이 바뀌었을 때의 대가’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번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과 국가계약법 개정 트랙은 바로 이 사각지대를 정조준한다는 점에서 앞선 조치들과 결이 다릅니다. 초기 단가를 올리는 것과, 사업 도중 과업이 늘었을 때 그만큼 더 받을 수 있게 절차를 못 박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후자, 그러니까 공공SW 과업변경 대가보장 쪽이 실무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고 봅니다. 초기 단가는 입찰 전에 이미 알고 시작하는 값이지만, 과업 변경은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예고 없이 닥치는 리스크이기 때문입니다.

숫자와 실제 사례로 보는 공공SW 과업변경 분쟁

말로만 들으면 ‘또 하나의 제도 손질’ 정도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통계와 실제 사업 이름을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2014년 도입된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의 청구 건수 추이가 이 갈등의 실체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도입 첫해에는 청구가 1건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 2020년 25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60건을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6월 말 기준 이미 59건이 접수됐고, 연말까지 100건을 넘길 것으로 전망됩니다. 재정경제부가 국가계약 분쟁 제도개선안을 준비하면서 직접 “SW 규격 및 과업내용 변경 시 계약금액 조정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라고 밝혔을 정도로, 이 문제의 반복성은 이미 정부도 인정하는 사실이 됐습니다.

실제로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사업들이 이 갈등의 당사자였습니다. 법무부가 발주한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 대법원의 차세대 전자소송시스템 구축사업은 모두 LG CNS 컨소시엄이 참여했는데, 당초 예상보다 과업 범위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는 게 업계 주장이었습니다. 대법원 사업은 실제로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까지 회부됐습니다. 우정사업본부의 차세대 금융시스템 사업에서는 서비스 요청(SR) 접수를 마감하는 시점, 이른바 ‘SR 프리징’ 이후에도 1년간 300여 건의 추가 과업 요구가 있었다는 사실이 국회 자료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사업은 아예 계약이 중도 해지(타절)되는 데까지 갔고, 수행사는 수백억원대 추가 과업 대가를 받기 위해 소송까지 검토했던 사례입니다. CJ올리브네트웍스-KCC정보통신 컨소시엄과 국방부 간 과업범위 관련 소송에서는 법원이 사업자 측 손을 들어준 판례도 나왔습니다. 이 판례를 계기로 업계가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왜 이렇게 분쟁이 늘었을까요. 저는 두 가지 이유가 겹쳤다고 봅니다. 하나는 공공사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업 착수 이후에도 요구사항이 계속 바뀌는 프로젝트가 늘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개발사들이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즉 분쟁 건수 증가는 문제가 커졌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업계가 더는 조용히 손해를 감내하지 않겠다는 태도 변화이기도 합니다.

앞서 소개한 사업들의 공통점을 다시 보면, 하나같이 대형 국책 시스템이라는 사실이 눈에 띕니다. 형사사법, 전자소송, 우편금융, 사회보장이라는 영역 자체가 워낙 파급력이 크다 보니 정책 변화나 법령 개정이 사업 도중에 반영되는 경우가 잦았고, 그때마다 과업 범위 논쟁이 되풀이됐습니다. 규모가 작은 사업이라고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닙니다. 다만 언론과 국회가 주목하는 건 아무래도 금액이 크고 사회적 파급력이 있는 사업이다 보니, 중소 규모 사업에서 벌어지는 공공SW 과업변경 대가보장 관련 분쟁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을 뿐입니다.

재정경제부도 같은 문제를 다른 문으로 두드리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만 움직인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해민 의원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3주 전인 7월 1일, 재정경제부는 제2차 조달정책심의위원회에서 국가계약 분쟁 제도개선안을 심의·의결했습니다. 같은 문제를 정부 입법이라는 다른 경로로 풀려는 시도였던 셈입니다.

현행 국가계약법 제19조는 ‘설계변경’이 생기면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규정합니다. 그런데 SW 계약에서 발주기관이 규격이나 과업 범위를 바꾸는 행위가 이 설계변경에 해당하는지는 명시적 규정이 없었습니다. 이 공백을 발주기관이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온 게 문제의 뿌리였습니다. 재정경제부의 개선안은 국가계약법에 SW 계약의 ‘규격 및 과업내용 변경’을 설계변경 범위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을 핵심으로 합니다. 법이 개정되면 발주기관이 과업을 바꾸면서 금액 조정을 거부할 법적 근거 자체가 사라집니다.

두 번째 축은 SW기업에 과업내용 변경요청권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발주기관이 일방적으로 과업 변경을 지시해도 개발사가 절차적으로 이를 제지할 수단이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발주기관이 과업을 변경하려면 과업내용변경요청서를 제출하고 과업변경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하며, 개발사는 이 절차 준수를 요구할 권리를 갖게 됩니다. 세 번째 축은 물품 구매와 설치공사가 결합된 혼합계약에 물량내역서 교부를 의무화하는 것으로, 하드웨어 납품과 설치가 함께 들어가는 공공 IT 사업에서 설계변경 발생 시 금액 조정 근거가 불명확했던 문제를 정리합니다.

이 세 축을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과 나란히 놓고 보면, 정부와 국회가 사실상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발주기관 재량에 맡겨뒀던 과업변경 대가 산정을, 명문 조항과 의무 절차로 바꾸겠다는 겁니다. 소프트웨어진흥법이 SW 산업 자체를 규율하는 특별법이라면, 국가계약법은 SW를 포함한 모든 공공조달 계약에 적용되는 일반법입니다. 두 법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건, 공공SW 과업변경 대가보장이 SW 업계만의 요구가 아니라 공공조달 제도 전반에서 인정된 개선 과제로 격상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과 국가계약법 개정이 동시에 추진되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분쟁조정 이의제기 남용에도 제동이 걸린다

제도개선안에는 발주기관의 갑질을 견제하는 장치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발주기관이 분쟁조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때 별도의 내부 검토 절차 없이도 바로 이의를 낼 수 있었습니다. 심의를 받아놓고도 발주기관이 마음에 안 들면 그냥 이의를 제기해버리는 구조였던 셈입니다. 개선안은 이의 제기 전에 계약심의위원회 자문절차를 의무화하고, 이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이의제기 자체를 접수 거부하도록 했습니다. 자문 기간도 기존 15일에서 최대 30일로 늘려, 조달기업이 대응할 시간을 더 벌어줬습니다.

단가 산정의 투명성도 함께 손봅니다. 발주기관이 표준품셈보다 낮은 단가를 산정한 경우 입찰 시 그 사유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조치인데, 이건 생각보다 파급력이 큽니다. 계약금액 과소 산정을 둘러싼 분쟁은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에 청구되는 사건 유형 중에서도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입찰 단계에서부터 단가 산출 근거가 공개되면, 업체가 계약을 맺기 전에 문제를 미리 짚어낼 수 있어 사후 분쟁 자체가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기술형 입찰처럼 난이도 높은 사업에서는 입찰 안내서 사전 설명회 개최도 의무화됩니다. 참여 기업의 질의와 의견을 입찰 전 단계에서부터 반영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업계는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신장호 회장은 이번 개선을 두고 “공공SW 사업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해온 과업 변경과 계약금액 조정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정당하게 바뀐 과업에 대해 보다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겁니다. 앞서 언급한 2024년의 분쟁 사례들이 불거졌을 당시, 같은 협회의 채효근 부회장은 “사업 초기 단계부터 과업을 명확히 하고, 사업 중간 과업 변경·추가가 발생할 때 이를 협의·조정하는 체계가 여전히 확립되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2년여의 시차를 두고 협회 관계자들이 반복해서 같은 문제를 짚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사안이 얼마나 오래 방치돼 있었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반응이 과장이 아니라고 봅니다. 협회 발언이 2년 넘는 시차를 두고 거의 같은 취지로 반복됐다는 사실은, 그만큼 현장의 답답함이 오래 누적돼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공공SW 사업은 구조적으로 발주기관과 수행사 사이에 정보와 협상력의 격차가 큰 편입니다. 발주기관은 예산과 일정을 쥐고 있고, 수행사는 계약을 이어가기 위해 무리한 요구도 어느 정도 감내해온 게 현실이었으니까요.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과 국가계약법 개정 트랙이 동시에 움직이면서 이 힘의 불균형이 절차적으로라도 조정될 여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는 근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 청구 건수 증가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 이미지

앞으로 남은 절차와 시행 일정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공포와 시행까지는 아직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반면 재정경제부가 주도하는 국가계약법 개정 트랙은 조금 더 구체적인 시간표를 갖고 있습니다. 계약예규와 지침 개정은 올해 3분기 안에, SW 설계변경 범위 명시와 과업변경요청권 신설을 담은 국가계약법 개정 자체는 연내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두 트랙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의원입법인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은 국회 심의·의결이라는 단계를 거쳐야 하고, 정부입법인 국가계약법 개정은 시행령·계약예규 개정으로 상당 부분을 먼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두 법 모두 지향점은 같습니다. 공공SW 과업변경 대가보장을 발주기관의 재량이 아니라 절차와 법 조문으로 못 박겠다는 겁니다.

다만 저는 이 시점에서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실제 현장에서 과업심의위원회가 형식적으로만 열리거나 계약심의위원회 자문이 요식행위로 흘러가면 효과는 반감됩니다. 이해민 의원이 “법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끝까지 점검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나온 발언일 겁니다. 결국 공공SW 과업변경 대가보장이 조문 위의 문구로 그칠지, 아니면 현장의 관행을 실제로 바꿀지는 앞으로 몇 년간의 시행 과정에서 판가름 날 문제입니다.

ISP·ISMP 수행 과정에서 지금부터 챙겨야 할 것

공공 정보화 컨설팅을 수행하는 입장에서는 이번 개정을 단순한 뉴스로 흘려보내기보다, 지금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착수할 사업의 과업지시서 단계부터 반영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과업 범위를 명확히 정의하는 작업, 그리고 향후 변경이 생겼을 때 과업변경심의위원회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절차를 사전에 설계해두는 작업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발주기관 입장에서 컨설팅을 수행할 때는, 과업내용변경요청서 접수와 심의위원회 개최 절차를 내부 업무 프로세스에 어떻게 편입시킬지가 실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ISP·ISMP 산출물에 과업 범위와 변경 절차를 명확한 문구로 못 박아두면, 나중에 실제로 과업 변경이 생겼을 때 발주기관과 수행사 양쪽 모두가 참조할 기준선이 생기는 셈입니다. 수행사 입장이라면 반대로 과업변경요청권을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근거 자료, 그러니까 변경 전후 과업 범위를 비교한 문서나 추가 투입 공수 산정 자료를 평소에 체계적으로 쌓아두는 습관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겁니다. 법이 절차를 열어줘도, 그 절차를 활용할 근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니까요.

우정사업본부 사례처럼 SR 프리징 이후에도 추가 요구가 몰리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려면, 요구사항 관리 프로세스 자체를 계약서와 과업지시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작업도 함께 검토할 만합니다. 서비스 요청 마감 이후의 변경 건은 별도의 과업변경 절차를 거치도록 계약 조건에 명문화해두면, 공공SW 과업변경 대가보장이 실제 사업 현장에서 훨씬 매끄럽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이번 법 개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실무적인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주기관 쪽에서 컨설팅을 수행할 때도 준비할 게 적지 않습니다. 과업심의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열어야 하는 만큼, 위원회 구성과 운영 규정을 미리 정비해두지 않으면 막상 심의를 요청받았을 때 절차가 지연될 수 있습니다. 심의 결과를 실제 예산에 반영할 후속 재원 확보 절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는 ‘심의는 했지만 예산이 없어서’ 라는 핑계가 통했지만, 이제는 후속 재원 확보 자체가 법적 의무이기 때문에 예산 부서와의 사전 협의 체계를 갖춰두는 게 중요해졌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ISP·ISMP 수행사가 발주기관에 제안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과업심의위원회 운영 규정, 후속 재원 확보 프로세스, 과업변경요청서 양식까지 표준화된 템플릿으로 미리 만들어두면, 공공SW 과업변경 대가보장 관련 절차가 실제로 처음 가동될 때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실무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 몇 가지

이미 진행 중인 사업에도 이번 개정이 적용될까요.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뿐 아직 공포·시행 절차가 남아 있고, 국가계약법 개정 트랙도 계약예규 개정은 3분기, 법 개정 자체는 연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 소급 적용되는지는 실제 시행령·부칙 확정 이후에 확인이 필요합니다. 다만 시행 이후 새로 체결되는 계약이나, 시행 시점 이후에 발생하는 과업 변경 건에는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과업심의위원회는 누가 개최를 요청할 수 있나요. 개정 취지상 개발사, 즉 수행사가 과업 변경이 발생했다고 판단하면 발주기관에 심의위원회 개최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이 요청을 발주기관이 거부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었지만, 개정안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개최를 의무화했기 때문에 발주기관이 이유 없이 거부하기는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국가계약법 개정과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요. 저는 둘을 경쟁 관계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이 과업심의위원회 개최와 후속 재원 확보라는 ‘절차적 의무’에 집중한다면, 국가계약법 개정은 SW 과업변경을 아예 설계변경 범위에 포함시켜 계약금액 조정의 ‘실체적 근거’를 만드는 쪽입니다. 두 트랙이 함께 완성돼야 공공SW 과업변경 대가보장이라는 목표가 절차와 실체 양쪽에서 뒷받침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7월 23일 국회를 통과한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안, 그리고 7월 1일 재정경제부가 의결한 국가계약법 개정 트랙까지 함께 놓고 보면, 올 하반기는 공공SW 계약 관행이 실질적으로 바뀌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공공SW 과업변경 대가보장이라는 표현이 이제는 업계의 바람이 아니라 법 조문 속 문구가 되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법무부, 대법원, 우정사업본부, 보건복지부 사업에서 반복됐던 갈등이 앞으로도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발주기관이 근거 없이 대가 지급을 거부할 수 있는 여지는 확실히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번 개정을 계기로, 공공SW 사업을 발주하는 기관과 이를 수행하는 기업 모두가 과업 범위를 ‘한 번 정하면 끝’이 아니라 ‘변경될 수 있고, 변경되면 정당하게 조정된다’는 전제 위에서 사업을 설계하는 문화가 자리 잡길 기대합니다. 법 조문 하나가 현장의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발주기관이 “그건 원래 계약 범위 안이었다”는 말을 예전만큼 쉽게 하기는 어려워질 겁니다.

여러분이 몸담은 조직에서는 과업 변경이 생겼을 때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계신가요. 혹시 비슷한 분쟁을 겪어보셨거나, 이번 개정으로 어떤 변화를 기대하시는지 댓글로 이야기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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