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성징어의 IT 잉크사이트(IT Ink-Sight) 성징어입니다.
7월 13일, 조달청은 그간 문제되어왔던 묻지말 투찰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바로 조달청 입찰보증금 부과 기준을 3단계로 나눠 8월부터 순차 시행하는 내용입니다. 이번 개편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묻지마 투찰이 왜 문제였나
공공조달 물품구매 입찰은 원래 전자입찰서 제출만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별도로 입찰보증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구조였다는 뜻입니다. 이 구멍을 이용해 실제로 물품을 공급할 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도 브로커를 통해 입찰서 한 장만 접수하면 공급입찰에 뛰어들 수 있었습니다. 운 좋게 낙찰되면 그 실적을 다른 업체에 되팔아 이익을 챙기고, 낙찰이 부담스러우면 그냥 계약을 포기해버리는 식이었습니다.
이런 구조가 누적되면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운영해온 기업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역설이 생겼습니다. 입찰 경쟁률만 부풀려지고 실제 계약 이행 능력이 없는 업체가 자리를 차지하는 상황이 반복된 겁니다. 2025년 국정감사와 대통령 국무회의에서 이 문제가 연달아 지적됐고, 조달청은 올해 1월 ‘무분별한 입찰 근절 대책안’을 먼저 발표한 뒤 이번 규정 개정을 후속 조치로 내놓았습니다.
제가 앞서 언급한 액체크로마토그래피 사례를 좀 더 파고들어 보면, 이런 일이 왜 반복되는지 구조적으로 이해가 됩니다. 낙찰만 받아두고 실제 공급은 다른 업체에 재하청 형태로 넘기거나, 아예 계약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경우 발주기관은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합니다. 입찰공고, 제안서 접수, 평가, 계약 체결까지 짧아도 한 달 이상 걸리는 절차이다 보니, 한 번 어긋나면 사업 전체 일정이 연쇄적으로 밀립니다. 특히 연말 예산 집행 시한이 걸린 사업이라면 이 지연이 예산 불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 발주기관 입장에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실질적인 행정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3단계로 나뉜 조달청 입찰보증금 로드맵
이번 대책의 핵심은 조달청 입찰보증금 부과를 한 번에 밀어붙이지 않고 3단계로 쪼갰다는 점입니다. 시행 시점과 타깃이 단계마다 다릅니다.
1단계는 오는 8월 3일부터 시작됩니다. 물품별 평균 투찰자 수, 낙찰순위, 페이퍼컴퍼니 의심자 비율을 종합 분석해 브로커 개입이나 무분별 경쟁이 의심되는 품목을 별도로 지정하고, 해당 품목에 입찰하는 모든 업체에 예외 없이 입찰보증금을 부과합니다. 품목 자체를 겨냥하는 방식이라 비교적 단순하고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조치입니다.
2단계는 11월 1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이번에는 품목이 아니라 업체를 직접 겨냥합니다. 조달청은 페이퍼컴퍼니를 공식적으로 정의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의심 업체를 선별해 그 업체들에만 입찰보증금을 부과할 계획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페이퍼컴퍼니는 물품공급 입찰이나 계약이행 과정에서 실질적인 이행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낙찰만을 목적으로 설립된 업체를 뜻합니다. 품목 전체가 아니라 의심 업체를 개별적으로 골라낸다는 점에서 1단계보다 훨씬 정밀한 타격입니다.
3단계는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됩니다. 최근 1년간 계약체결을 2회 이상 포기한 업체를 대상으로 입찰보증금을 부과하는 방식인데, 낙찰 후 포기라는 행위 자체에 실질적인 비용을 매겨서 무책임한 투찰을 사전에 억제하려는 구조입니다. 세 단계를 합쳐보면, 조달청은 품목 → 업체 → 행태 순으로 그물을 점점 좁혀가고 있는 셈입니다.

1차 지정 9개 품목이 알려주는 것
7월 10일 행정예고된 ‘물품구매 공급입찰 무분별입찰 우려 품목 지정 내역’을 보면 1차 지정 품목은 총 9개입니다. 액체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기, 반도체검사기, 오실로스코프, 교육훈련장비, 약품분배기및포장기, 진공증착기, 헬멧, 적외선분광기가 포함됐습니다.
품목 구성을 보면 재미있는 패턴이 보입니다. 분석·검사 장비류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여기에 교육훈련 장비와 헬멧 같은 안전용품이 섞여 있습니다. 언뜻 보면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조합인데, 조달청이 밝힌 근거는 이들 품목에서 브로커 개입과 페이퍼컴퍼니 의심 비율이 데이터상 유독 높게 나왔다는 것입니다. 고가 정밀 장비일수록 실물 공급 능력 없이 서류로만 참여하는 업체가 끼어들기 쉽고, 헬멧이나 교육훈련장비처럼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품목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됐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행정예고에 대한 의견 제출 기한은 7월 21일까지입니다. 시행일 이후 신규 공고분부터 적용되므로, 이 시기에 관련 품목 입찰을 준비하던 기업이라면 일정을 다시 짚어봐야 합니다.
건설 분야에서 시작된 페이퍼컴퍼니 대응이 물품구매로 확산
사실 조달청의 페이퍼컴퍼니 대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원래 건설 분야에서 먼저 시작됐습니다. 건설 페이퍼컴퍼니의 무분별한 입찰 참여를 막기 위해 적격심사 공사 낙찰예정자 전원을 대상으로 현장 사실조사를 1월에 시범 시행했고, 7월부터 본격화됐습니다. 동시에 나라장터에 등록된 종합건설업체 약 1만 6,000개, 전문건설업체 약 6만 개에 대한 실태조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물품구매 분야 조치는 그 연장선입니다. 건설에서 검증된 방식을 물품구매로 옮겨온 셈인데, 다른 점이 있다면 건설은 현장 실사가 가능하지만 물품구매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달청은 현장조사 대신 입찰보증금이라는 경제적 억제 장치를 선택했습니다. 실체 없는 업체 입장에서는 애초에 보증금을 낼 여력도, 이유도 없기 때문에 진입 자체를 막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백승보 조달청장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실체없는 페이퍼컴퍼니의 시장 교란 행위를 원천 차단하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건실하게 기업을 운영해 온 정상적인 기업의 낙찰 기회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공조달은 기업의 고용과 투자를 촉진하는 경제적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건설 분야 현장조사와 물품구매 분야 입찰보증금은 방식은 다르지만 지향점은 같습니다. 실체 없는 사업자를 시장 진입 이전 단계에서 걸러내겠다는 것입니다. 건설은 현장에 인력과 장비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물품구매는 계약 이행 시점이 되기 전까지 업체의 실체를 확인할 물리적 수단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조달청이 택한 방식이 경제적 유인을 거꾸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실체가 없으면 애초에 보증금을 낼 이유도, 여력도 없다는 전제 위에서 설계된 셈입니다.

공공 IT 컨설턴트가 챙겨야 할 실무 체크포인트
제가 수행하는 ISMP·BPR 사업 중에는 정보시스템 구축과 함께 서버·네트워크 장비, 교육훈련 시스템 같은 물품을 별도 입찰로 조달하는 구조가 적지 않습니다. 이번 조달청 입찰보증금 개편이 직접 IT 장비 품목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눈여겨봐야 할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1차 지정 품목에 오실로스코프나 반도체검사기 같은 계측·검사 장비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IT·전자 관련 정밀 장비 조달 분야로 품목 지정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저처럼 사업 관리비 산정이나 조달 전략을 함께 자문하는 입장이라면, 발주기관에 “다음 지정 품목 확대 시 우리 사업 관련 장비도 영향받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안내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또 하나는 계약 이행 리스크 관리입니다. 그동안 하도급이나 공급망에 페이퍼컴퍼니성 업체가 끼어 있는지 발주기관이 사전에 걸러낼 방법이 마땅치 않았는데, 2단계에서 조달청이 자체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정의하고 데이터 기반 선별 체계를 갖추게 되면, 그 기준이 향후 공공 SW·시스템 사업의 협력업체 검증 기준으로도 참고될 여지가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선별 기준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11월 시행 전까지는 관련 고시나 지침 개정 동향을 계속 확인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업 일정 리스크입니다. 앞서 언급한 액체크로마토그래피 장비 사례처럼, 낙찰 후 계약 포기로 사업 전체 일정이 밀리는 일이 실제로 빈번했습니다. 3단계 상습 포기자 제재가 자리를 잡으면 이런 지연 리스크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지만, 2027년 1월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서 당장 진행 중인 사업이라면 공급업체 이행 능력을 별도로 점검해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아직 남은 숙제, 2단계 선별 기준
이번 대책에서 가장 관건이 되는 부분은 2단계, 즉 페이퍼컴퍼니 의심업체를 선별하는 기준입니다. 조달청은 데이터 기반 선별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지표를 어느 임계값으로 적용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이 왜 중요하냐면, 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하면 실제 페이퍼컴퍼니가 걸러지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엄격하면 정상적으로 사업을 운영해온 중소기업이 억울하게 의심 업체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창업 초기 기업이나 사업 확장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재무 지표가 흔들린 기업이 오해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조달청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는 듯, “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고 수요기관이 합리적으로 구매할 방안을 찾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행정예고 기간인 7월 21일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1차 우려 품목 목록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관련 업계나 조달 담당자라면 이 시기를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의견 제출 절차를 통해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문제를 전달해두는 편이 좋겠습니다.

입찰보증금과 계약보증금, 헷갈리면 안 되는 이유
공공조달을 처음 접하는 실무자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입찰보증금과 계약보증금을 같은 개념으로 오해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둘은 시점도 다르고 목적도 다릅니다.
입찰보증금은 말 그대로 입찰에 참여하는 시점에 내는 돈입니다. 낙찰 이후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이탈해버리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진입 비용입니다. 이번 조달청 입찰보증금 개편이 겨냥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반면 계약보증금은 낙찰자가 실제로 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 내용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내는 돈입니다. 계약 체결 이후의 이행 리스크를 관리하는 장치인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하자보수보증금까지 포함하면, 공공조달 계약은 입찰 단계-이행 단계-사후관리 단계마다 각각 다른 보증 장치를 두고 있는 구조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물품구매 공급입찰에서는 유독 입찰보증금 단계의 안전장치가 비어 있었습니다. 전자입찰서 제출만으로 이 단계를 건너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계약보증금이나 하자보수보증금은 실제 계약이 체결된 뒤에나 작동하는 장치이다 보니, 애초에 계약을 체결할 생각 없이 낙찰 실적만 노리는 브로커성 참여자를 걸러내지 못했던 겁니다. 이번 조치는 바로 이 빈 구간, 입찰 단계의 진입장벽을 메우는 작업이라고 이해하면 좀 더 명확해집니다.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이번 조달청 입찰보증금 강화 대책을 살펴보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미국 연방조달 체계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의 공사·용역 계약에 원칙적으로 비드 본드(Bid Bond)를 요구합니다. 통상 계약 예정금액의 5~20% 수준을 보증기관을 통해 예치하도록 하는데, 이 비율은 우리나라 물품구매 입찰에서 논의되는 수준보다 훨씬 높은 편입니다. 보증기관 심사를 통과해야 비드 본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보니, 애초에 이행 능력이 없는 업체는 입찰 시장에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일본 역시 공공조달에서 경쟁참가자격 등록 제도와 함께 입찰보증금 또는 이에 준하는 보증서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일본은 등록 단계에서 실적·재무 심사를 상당히 꼼꼼하게 하기 때문에, 입찰보증금 자체보다는 사전 자격 심사 쪽에 더 무게를 두는 편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우리나라 조달청 입찰보증금 정책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진입장벽을 국제적인 관행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이나 일본처럼 전면적으로 보증금을 요구하는 대신, 데이터로 위험군을 골라내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전면 규제보다는 표적 규제에 가까운 접근이라, 정상적인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문제 업체는 걸러내겠다는 의도가 읽힙니다.

자주 궁금해하실 만한 부분들
정리하다 보니 몇 가지는 따로 짚어두는 게 좋겠다 싶었습니다.
먼저 “모든 물품구매 입찰에 다 보증금을 내야 하나요?”라는 질문입니다. 아닙니다. 1단계는 조달청이 별도로 지정한 우려 품목에만 적용됩니다. 지금은 9개 품목이지만,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지정 품목이 늘어나거나 줄어들 가능성은 있습니다. 지정되지 않은 일반 품목은 기존처럼 전자입찰서 제출만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이미 진행 중인 입찰에도 소급 적용되나요?”라는 질문도 자주 나올 것 같습니다. 조달청이 밝힌 바에 따르면 시행일 이후 신규 공고분부터 적용됩니다. 즉 8월 3일 이전에 이미 공고된 건은 기존 방식 그대로 진행됩니다.
세 번째, “보증금 부과가 정상 기업에도 부담이 되지 않을까요?”라는 우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조달청도 인지하고 있는 지점입니다. 지정 품목 전체 입찰자에게 부과하는 1단계 방식은 정상 기업에도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만큼, 소규모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낙찰되면 보증금은 원칙적으로 반환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자금 유동성 관리 이슈로 봐야 할 문제이지 영구적인 비용 증가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네 번째로 “협력업체가 조달청과 오래 거래해온 곳이면 안심해도 되나요?”라는 질문도 받을 법합니다. 거래 이력이 길다는 것 자체는 좋은 신호이지만, 2단계에서 예고된 데이터 기반 선별은 최근 계약 이행 이력을 중심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과거 실적이 풍부하더라도 최근 1~2년 사이 계약 포기나 이행 지연 이력이 있다면 의심 업체로 분류될 여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협력업체를 검토할 때는 연혁보다 최근 이행 기록을 우선적으로 확인하는 편이 더 안전합니다.
공공 IT 컨설턴트가 챙겨야 할 실무 체크포인트, 조금 더 깊이
앞서 짚은 세 가지 포인트에 더해, 실제 사업 수행 과정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대비할 만한 지점을 몇 가지 덧붙이고 싶습니다.
제안요청서(RFP)를 검토하는 단계에서부터 물품구매 항목이 우려 품목 목록에 해당하는지 미리 확인해두는 습관이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에 부속 장비 조달이 포함된 경우, 발주기관 담당자가 이런 변화를 놓치고 기존 일정대로 공고를 준비하다가 보증금 조항 누락으로 재공고를 내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컨설턴트 입장에서 이런 리스크를 미리 짚어드리는 것만으로도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협력업체나 하도급업체를 구성할 때, 상대 업체의 최근 계약 이행 이력을 한 번 더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3단계가 시행되는 2027년 1월 이전이라도, 계약 포기 이력이 있는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향후 입찰보증금 부과 대상으로 분류될 가능성을 미리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조달청 입찰보증금 개편은 ‘내자구매업무 처리규정’ 개정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관련 고시나 지침의 세부 조항을 사업 착수 전 체크리스트에 정식으로 포함시켜두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특히 2단계 페이퍼컴퍼니 선별 기준이 공개되는 시점에는 사업관리 문서 템플릿도 함께 업데이트해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얼마나 큰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인가
숫자로 놓고 보면 이번 조달청 입찰보증금 개편이 왜 중요한지 좀 더 와닿습니다.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는 연간 공공구매력이 225조 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조달 플랫폼입니다. 물품구매만 따로 떼어놓고 봐도 매년 수만 건의 공급입찰이 이 플랫폼을 거쳐 갑니다. 그 방대한 거래량 안에서 페이퍼컴퍼니성 참여자를 걸러내는 일은 결코 사소한 행정 업무가 아닙니다.
더구나 조달청은 앞서 건설 분야에서 나라장터 등록 종합건설업체 약 1만 6,000개, 전문건설업체 약 6만 개를 대상으로 전수에 가까운 실태조사를 벌인 전례가 있습니다. 물품구매 분야도 비슷한 규모의 참여 업체 풀을 갖고 있는 만큼, 이번 조달청 입찰보증금 조치가 안착하면 조사 대상이 상당히 넓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규모가 큰 시장일수록 허점 하나가 오래 방치되기 쉽고, 그만큼 손을 대기 시작하면 파급 효과도 크다는 점을 함께 염두에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참여해온 사업 현장에서 체감하기로도, 물품구매 입찰 시장은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 자체보다 오히려 진입장벽이 낮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용역은 기술평가 비중이 높아 아무나 뛰어들기 어려운 반면, 정형화된 규격서만 갖춘 물품구매는 상대적으로 서류 작업만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인식이 브로커 개입을 부추긴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이번 조치로 그 인식이 얼마나 바뀔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진입장벽 자체는 분명히 높아지는 방향입니다.
마무리하며
조달청 입찰보증금 개편은 겉으로 보면 행정 절차 하나가 바뀌는 정도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공공조달 시장의 오래된 관행 하나를 정조준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전자입찰서 한 장으로 시장에 끼어들 수 있었던 구조 자체를 손보는 것이니까요. 다만 2단계 선별 기준이 어떻게 공개되느냐에 따라 실효성과 부작용 사이의 균형이 크게 갈릴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조치를 지켜보면서, 공공조달 시스템 전반에 걸쳐 데이터 기반 행정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조달청이 평균 투찰자 수나 낙찰순위 같은 지표를 축적해두지 않았다면, 애초에 우려 품목을 데이터로 지정하는 방식 자체가 불가능했을 겁니다. 앞으로 페이퍼컴퍼니 선별 기준이 공개될 때도 비슷한 방식의 정량 지표가 근거로 제시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저도 관련 고시 개정안이 나오는 대로 다시 정리해보겠습니다. 혹시 물품구매 입찰을 준비 중이시거나,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을 만한 사업을 맡고 계신 분이 있다면 댓글로 상황을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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