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생활

불편한 편의점, 가슴이 따듯해지는 감동과 반전

by 이페토(Effetto) 2023. 1. 14.
반응형

불편한 편의점, 가슴이 따듯해지는 감동과 반전의 드라마
불편한 편의점

전천후 스토리텔러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의 작가 김호연의 첫 시작은 영화였다고 한다. 처음으로 취직한 영화사에서 이중간첩이라는 영화를 공동 작업하며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첫 발을 디뎓다고 한다. 이후 제1회 부천만화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만화 스토리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같은 출판사에서 소설 편집자를 하다가 전업작가가 되었는데 그의 소설 망원동 브라더스가 제9회 세계문학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소설가가 되었다고 한다. 소제목처럼 전천후 스토리텔러라는 말이 이처럼 잘 어울릴 수가 없다. 그의 영화 이력을 보니 태양을 쏴라, 남한산성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아는 영화가 이력에 있어서 그런지 더욱 대단해 보인다.

친숙하게 다가오는 공간과 인물설정

이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청파동이다. 서울역에서 노숙하던 독고라는 인물이 청파동에서 조그마한 편의점을 운영하는 염영숙 여사를 만나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청파동은 서울의 오래된 동네이기도 하고 서울역 또한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거주하지 않는 분들도 친숙하게 소설에 몰입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예전 회사에서 영업할 당시 용산과 종로 부근이 담당 지역이라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녀봐서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인물들 또한 넘치지도 부족하지 않게 설정되어 있다. 학교 교사를 하다가 은퇴 후 본인이 거주하는 청파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염여사, 사업에 실패하고 제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염여사의 아들 민식 등 주변에 충분히 있을법한 어쩌면 조금은 뻔할 수도 있은 인물들로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각 장에서 염여사와 독고, 청파동 ALWAYS 편의점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내용 전개는 우리의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고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을 보는 느낌도 있다. 만약에 진짜로 대학로에서 연극으로 만들어진다면 보러 갈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보다 연극으로 각색되는 것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반응형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시대를 역행하는 편의점

독고라는 인물은 이름대로 주변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한다. 그 행동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들이라 싫지가 않다. 지하철에서 시끄러운 목소리로 통화하는 아저씨에게 말을 거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이러한 독고가 염여사를 통해 ALWAYS 편의점에 일하게 되면서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자신의 상처, 문제점 등을 똑바로 바라보고 치유하는 용기를 얻게 된다. 요즘 시대 사람들은 외로움을 타면서도 직접적인 관심은 꺼려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좋은 면만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들이 흥하는 것 아닐까 생각된다. 사회관계망 서비스라고 불리는 소셜미디어를 들어가 보면 누가 누가 더 잘 먹고 잘 입고 잘 사는지 경연하는 것 같다. 자랑의 향연이다. 불편한 편의점은 사람과 사람 간의 진정한 관계에 대해 일깨워주는 소설인 것 같다. 독고라는 인물은 편의점을 통해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 그 만의 방식으로 따듯한 위로와 조언을 건넨다. 사람들은 독고라는 사람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끼지만 이내 그의 따듯한 관심에 치유받게 된다. 내가 최근 사회생활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제대로 된 관심을 가져보았는지 생각해 봤다. 가족 이외에는 그다지 없는 것 같다.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일이 조금 바빠지면 그것을 핑계로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시간을 내지 않았던 것 같다. 나 또한 누군가 내 문제와 상황에 대해 물어오고 다가오면 불편했던 것 같다. 사람 간의 관계는 이러한 불편함을 뛰어넘었을 때 한층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름의 반전도 있다

불편한 편의점은 그저 가슴 따듯한 휴먼드라마의 성격만 가지고 있지는 않다. 독고라는 인물이 왜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게 되었는지, 과거에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증을 끊임없이 불러일으켜 추측하게 만드는 이야기도 소설의 큰 골자 중 하나이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반전에 많이 놀랐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아직 소설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도 계실 수 있으니, 스포일러 하지는 않겠다. 내용이 생각보다 흥미진진하니 꼭 책으로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갈수록 삶을 살기가 팍팍해진다. 전쟁이니, 부동산이니, 경제가 어쩌고 저쩌고 머리 아프고 우울한 소식들만 가득한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점점 나 개인만을 생각하게 되고 남을 생각할 겨를이 없어지는 것 같다. 불편한 편의점을 한번 더 읽으면서 다시 한번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소중함을 나 자신에게 일깨워줘야겠다.

반응형

댓글